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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일상이 구경

유광준 <내가 사랑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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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안목을 높여주는 공간 큐레이션 20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작가님이 방문했던 공간들 중 인상깊었던 곳들에 대한 감상과 그 배경, 이유를 설명해준다.

작가를 먼저 알아보자. 도서, 특히 인문학 관련된 책을 볼 때는 어떤 경험을 해온 사람이 쓴 책인지 알고 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프로필

 

글 쓰는 사진작가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경험하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쌓아 아트 워커(Art Worker, 예술 노동자)라는 새로운 영역을 연 사람.

 

작가님의 다른 책으로는 「심미안 수업」, 「유광준의 생활명품」, 「소리의 황홀」, 「잘 찍은 사진 한 장」등 다수가 있다.

그의 벼린 안목과 깊은 조예로 순례한 공간들 중 가장 아끼는 20곳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나보다.

디자인 학부로서 디자인 관련된 시각만 갖고 있는 나는 공간에 대한 그의 다른 관점이 궁금해서 읽게 됐다.

 

특이한 점은, 공간을 소개하는 책의 경우 사진이 페이지의 대부분을 채운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글로써, 작가님의 생각만으로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빠져들고 따라갈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간에서 문장을 이끌어내는 사람들 대단하다 생각해서 신기해하며 읽었다.

 

 


인상 깊었던

 

앤트러사이트

출처 flickr

세련됨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친 공간의 매력에 대한 글이다.

구석에도, 통로를 피한 가운데에도 크기와 모양이 다른 조합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공간, 앤트러사이트에 대한.

깔끔하고 규격화된 의자와 태이블에 마주 앉으면 저절로 결정되는 시선의 간격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크기와 형태가 다른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편한 자세와 시선의 거리를 선택하면 된다. 작은 테이블에 붙어 앉으면 45센티미터 이내로 근접되는 긴밀함의 간격이 된다. 크거나 긴 테이블에 앉으면 시선 처리가 편해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이곳에선 정색하고 심각한 사안을 결정하는 듯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시선 처리가 편해지는 것과 그런 공간에서 회의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동춘175

출처 한국일보

의도를 담은 시각적 연결 고리들은 얄미울 만큼 치밀하게 이야기를 풀어 낸다.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고 집중해서 내용을 들여다보게 된다. 세련된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맞다.
물건을 꽉 채우고 화려한 조명으로 시선을 끌었던 기존 쇼핑몰을 생각해 보면 이곳의 실내는 텅 빈 듯하다. 벽이 없어 휑하기까지 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저절로 든다. 그동안 과잉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비어 있는 공간은 마치 거울처럼 현재를 비춰 준다.

 

밖에서 본 건물의 크기가 실내에 들어서면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 눈이 사물을 보는 특성 때문이다. 공간의 긴 쪽으로 소실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방향에 시야를 가득 매울 정도의 사물이 들어오면 크기가 극대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대략 10미터 이상의 폭을 지닌 실내라면 비슷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층고가 높고 폭이 긴 공간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공간 디자인은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우리의 시·지각적 특성을 잘 파악해 만들어진 공간이 돋보이는 이유다. 동춘175는 크지 않은 건물을 일부러 비워 놓아 크게 보이는 데 성공했다. 결국 공간의 느낌은 눈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적 요소를 잘 활용하는 건축가들은 공간에 마술을 부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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