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정말로 좋다는 감정은 대학 가고 집 나온 이후로 생김
그 전에는 집에서 밖에서 존나 눈치보다가 가끔 잘해주거나 칭찬해주면 기뻐했고
현재 내 성격을 객관적으로 보면
말 3마디 이상 하면 더듬음
싫은 말 못함
말 한마디 할 때 수십번 생각하고 뱉음
그래서 느리게 말함.
답답함
내 얘기 거의 안함
다른사람 눈치 겁나 봄
그래서 누가 내 소식을 듣는게 싫음
심리학 책 같은거에서 성격형성에 대한 부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어릴 때~고등학교 때까지 아빠가 나에게 한 말들이 내 성격에 영향을 많이 끼쳤음.
자신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 부정당한 경험이 많으면 된다고 하는 성격이, 너무 지금의 나임
고치고 싶은데,
걍.. 잊기 보다는 직시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 같아서 적어봄 기억나는 것들만.
잊으려고 해도 도대체 왜 떠올리는진 모르겠는데 자꾸 곱씹으면서 어차피 못잊으니까.
자기연민 이런 거 없이 걍 기억나는 것들 써봄.
중학교에서 어떤 애랑 기분 상한 일 있어서 우울하게 공부방 갔는데 공부방 가서 아빠 보니까 눈물터짐. 개 귀찮아하는 목소리로 뭔일이냐 물어봐서 이러저러 말하니까. 니가 그러니까 왕따나 되지(친구 많진 않았지만 적당히 잘 다니는 학생이었는디)라고 그래서 쪼금 더 울다가 공부하러 감
난 어릴 때도 조용했는데 가끔 말이 터질 때가 있었음.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었던 거 같고 지금도 낯은 안가림. 옛날에 어디 놀러갔을 때 어떤 언니들이 나 사투리 쓰는 거 신기하다고 같이 얘기 좀 했는데, 재밌게 놀다가 아빠한테 돌아갔더니 개혼났음. 어릴 땐 혼날만 했다 생각했는데, 아빠랑 오래 떨어져 살았더니 알게된 그 때 혼날 이유는 그냥 아빠가 내가 말 많이 해서 가벼워 보이는 걸 싫어한다 하나뿐이었음.
그 외 좀 떠들기 시작한다 싶으면 옆에서 째려보고 있던 기억 다수.
고등학생때까진 내가 성격이 진짜로 이상해서, 입 다물고 살아야 그나마 정상이니까 그런 교육방식을 쓴 걸까 진심으로 생각해본 적 있음. 너무 간듯.
친척들이 갑자기 어느 나라에 비행기타고 간대서, 왜 가냐고 물어봤는데 ........하고 씹음. 놀러가는거냐고 물어봤더니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무서운 목소리로 답함. 알고 보니 한 친척분이 그 나라에서 안좋은 일이 생겨서 가는거라고. ㅅㅂ내가 알았냐고.
엄마랑 얘기하다가 뭔가 모르겠단 뜻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행동을 했는데 갑자기 싸해짐. 무서워서 왜그러시냐 물어봤더니 그거 아빠가 싫어하는 짓이라고 하지 말라함. 그 땐 그럴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이것도 가부장제의 일종인가?
집에서는 끊임없이 가치있어야 함. 중간고사에서 한 번 전교 1등 했더니 다음 시험기간에 간식을 엄청 사주시는거임. 단 거 좋아해서 너무 좋았음. 기말에는 평균이 2점정도 떨어졌나 그랬음. 당연히 1등 못함. 그랬더니 간식 사준 값을 못한다고 함.
좀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작업할 때 타이머를 쓰려고 노트북 옆에 갖다놨는데 그걸 보시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함.
왜냐? 아빠는 대놓고 노력하는 사람을 한심하게 봄. 옛날부터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을 개깔봤음.
왜냐면 아빠는 오타쿠고, 애니에 나올 것 같은 노력 없이 재능만으로 결과를 내는 소위 천재만이 멋진 거라는 사고회로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 이라고 예상함.
(내가 워홀 온 이유 중 하나. 이런 사람 눈치 안보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집에 이런 사람 있으면 발전이 없다)
왜 저런 사고방식을 그 나이까지 갖고 있나 추측해보면 인간관계가 좁아서 그럴 걸로 예상됨. 바쁨 + 여가시간에 영화보고 애니만 보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 인간관계 좁은 사람 1위임. 걍 없음. 부 쪽의 인간관계가 좁은게 가족한텐 넓은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 아빤 걍 없음. 성격상 필요도 없는 걸로 보임. 난 사람 많이 만나고 다녀야지... 나도 성격대로 살면 위험할지도.
동생은 공부를 못하는 편인데(머리는 좋음. 착함) 나랑 차별이 심함. 내가 미안할 정도임. 나도 공부를 못했으면 저랬겠구나 싶어서 집에서는 밖에서보다 멋진척 함. 멋진 척을 한다기보단 약점을 가리려고 함. 안좋은 일 있으면 숨김. 자취하다가 가끔 본가 가면 편하긴 한데 이런 점은 불편함. 우리집이 재벌도 아닌데 드라마 나오는 재벌집 아빠가 하는 짓 같음
더 있는데 기억 안남
내가 먼저 입을 열어서 좋았던 적이 별로 없으니 다른 사람이랑 대화는 거의 걔가 대화 시작하면 내가 짧게 이어받는 형식이고, 아빠한테는 특히 그럼. 그게 제일 트러블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임.
집 나오고 아빠랑 멀어지고, 사회생활도 하면서 많이 고쳐졌는데 고등학교 때까진 꽤 힘들었음. 목소리가 안나오는 장애가 생기면 좋겠다, 말 안해도 되니까. 이런 류의 생각 진짜 많이 했었다. 지금은 안함.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벌벌 눈치봐서 하루하루 기빨렸다. 주변 애들이 착해서 다행이었다.
대학 가고나서 엄마랑 사이가 급격히 좋아졌는데 밖에서 사회생활이랑 애정표현 하는 법을 많이 배워온 덕이 컸음.
나는 나에게 안좋은 일 생기면 완전히 혼자 처리해왔음. 친구한테도 얘기 잘 안함. 집에 얘기하면 음... 아빠한테 얘기하면 그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은 나를 탓할 거고 엄마한테 얘기하면 똑똑하셔서 해결책이 나오지만 곧 아빠한테 전달되기 때문에 내가 잘못했단 눈빛을 받을거임(두 분 사이가 좋아서 좋긴 한데 딱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이거임. 배신감 느낀 적이 많음). 감정적인 일은... 나눠본 적이 거의 없어서 모르겠음. 사실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음. 부모님도 별로 원하시지 않는 것 같음. 원체 돈 얘기 집안 어른들 얘기 빼면 무거운 얘기 안해서, 내가 말 꺼내면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귀찮아할듯?
우리집 화목한 편이고 건강한 편이고 그래서 나는 엄청엄청 운이 좋은데 가끔 아빠 성격이 저따구가 아니었으면 좀 더 좋았을 걸 생각함.
책에서 말 그냥 뱉는 연습부터 시작하는게 좋대서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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