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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일상이 구경

미대생이 IT 기업 ppt 알바 한 후기(feat 잡코리아 평점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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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대생이다

미대생이지만 AI 사용법 책 써서 장사했었고(순전히 돈과 경험을 위해)

수학으로 대학 오고

고딩 때는 문과였지만 중학교 때까지 과학쌤의 사랑을 받았기에

미대생 치곤 이과적 머리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가산 디지털단지 근처의 IT기업에서 PPT 알바 구하는 거

지원했는데 붙어서 오늘 하러 갔다.

 

 

가기 전에 뭐하는 회산지 구글링 해봤다.

잡코리아 평점 1점대의 회사였다.

잡코리아 결제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리뷰가 하나 있었다.

 

 

쓸데없는 회의 오래해서 야근이 에티켓인데

야근 수당 없음

 

 

하지만 난 단기알바로 고용된 거라 ㄱㅊ

어떤 곳인지 기대됐다.

 

 

나의 패턴 작업들

나는 이틀 계약인데

나보다 좀 더 긴 계약으로 저번주부터 알바하던 사람이 내 업무를 알려줬다.

그 분은 당황하신 거 같았다.

자기도 일한지 얼마 안됐는데 갈켜달라니 당황스럽긴 할 듯.

거의 손짓 발짓으로 가르쳐 주셨다.

 

ㅇㅇ설명 들었을 때는 대충 먼소린지 감이 왔었다.

근데 메일로 내가 작업할 PPT를 열어보니

굉장했다.

 

 

여기 있는 언어들이 한국어가 맞는 걸까?

온갖 전문용어와 영어와

맥락 이해하는데만 30분 넘게 쓴 듯.

수능 국어가 이거보다 쉬웠겠다.

진짜로

 

 

그런데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뭐였냐면

디자인 이상하게 된 거 정돈하기랑

4페이지 짜리를 2페이지로 줄이는 것이었다.

 

전자는 걍 미대생의 감각으로 하면 됐다.

근데 후자는

내가 이 피피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머리 팽팽 돌렸다.

내 머리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미자 때 수학 공부하던 때의 느낌이었다.

난 이런 느낌 좋아한다.

나 이전에 알바하러 온 사람 말로는

자기는 이거 하다가 화장실 가서 울고 싶었다고 한다.

이해한다.

 

 

근데

회사 자료들을 보면 이 회사가 대충 뭘로 돈 버는지 바로 알게 되잖아?

근데 내부 피피티를 봤는데도 빠르게 이해가 안됐다.

내가 아는 상식에는 없던 것으로 돈을 번다는 뜻이다.

내가 몰랐던, 자본주의에서 돈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일하면서 알게 된건데 이번 계약으로 이 회사는 4천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빅데이터 자료를 파는 게 돈이 되는구나.

자료팔이라는 돈벌이를 알게 되었다. 

 

 

내가 프리랜서를 하면서도 꾸준히 알바 다니는 이유는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혼자 일하면 피드백이 없으니 당최 내 상태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 알게 된 나에 대한 사실

 

 

1. 글을 이해하는 머리는 좋은 편이다.

적어도 평균이다.

그러니까 잘 써먹자

(사장님이 이게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내용 요약 개판으로 하는 사람 많은데

첫날치곤 캐치가 빠르다고 하셨음

그리고 다른 알바생이 따봉 해줌

그 알바생분은... 사장과의 대화로 보아

이전에 많이 까인 걸로 보였다)

 

 

2. 하지만 말을 이해하는 건 잘 못한다.

즉 말귀를 자주 못알아듣는다.

(누가 나한테 뭐 시키면

내가 잘 이해한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음

들어도 옆에서 같이 들은 사람이

거의 100% 확률로 나보다

말의 요지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물어보면서 한다.

 

 

2-1. 말귀를 못알아 들어서

엉뚱한 일에 시간을 쓰곤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제대로 된 방향인지

의심을 할 필요가 많이많이 있다.

 

 

2-2. 피곤하면 뇌를 안굴리는건지

이해력이 더 떨어진다!

간단한 업무지시도

일단 네 하고나서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지? 이건가?

한참 고민한다!

 

 

3. 새삼스럽지만

기억력이 충격적일 정도로 안좋다.

그러니까 메모를 늘 하자. 

 

 

4. 가끔 어릴 적 강박 때문에 일부러 얇은 목소리를 내는데

편하게 굵은 목소리로 말하는게

더 당당해 보인다.

강박 가지지 말자.

 

 

5. 별로 안중요한 걸로 일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예시

피피티 한 페이지에 A, B, C가 있다고 치면

업무지시는 B의 내용을 좀 보완하는 것이다.

그래서 B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보인다.

그래서 A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고

B를 넓혔는데 넓혀보니

C와의 레이아웃 조화도 이상해진다.

알고보니 B보다 A가 중요한 내용이었고

B는 최 대 한 압축해서 꾸겨넣으라는 거였다.

게다가 B에 내용을 수정하라 했지

A랑 C를 건드리라는 말은 한 적도 없는데

온통 건드려서 일을 키운 것이다.

...

 

 

6. 갑자기 긍정적인 회로의 상상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바로 어딘가 내 단점이 드러났을 떄이다.

이 떄 회로 돌리지 전에 객관적으로 뭐 때문에 이런 상상을 하는건지

역추적을 해보자.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7. 뒷일을 잘 생각 안한다.

예시

했던 거 취소하고 예전 것으로 하자는 피드백을 받아서

하던 것 중 일부를 지웠는데

나중에 그 부분이 필요해졌다 ㅜ ㅜ

뒷일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안지우고 복사본을 만들었을 것을!

 

나는 그동안

내 단점을 무시하며 살았고

그 중 많은 것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었다.

근데 몇 가지 단점은 이제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적어본다.

대신 단점만큼 강점도 많이 발견하길!

 

 

8. 혼자 있으면 계속 폰 하면서 집중력 5분도 겨우겨우 가는데

사람이랑 있으면(나보다 윗사람인 경우 효과 2배)

(새로 접하는 일일 경우도 효과 2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오늘 출근해서 18시까지 폰 한 번도 안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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