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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캘거리 워홀 +13] 캐나다 자연은 무섭다. 조난 체험한 하루

[HUSH 허씨] 2022. 7. 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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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은 12시 52분이고...일단 지금 내 몸이 집에 있다는게 너무 감격이다. Nouman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 드라이브 스루 불빛 아래 모기들에게 온 몸을 내어준 채 10분씩 쪽잠을 자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가랑이가 진짜 아프다. 왜 아픈지는 포스팅 보다보면 알게 된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자면 캐나다 땅 크기를 얕보다가 큰코다친 이야기다.
나는 지금 글을 잘 쓰기보다 느꼈던 걸 직관적으로 남기고 싶으므로 포스팅은 전체적으로 글이 아니고 느낌 나열한 것이 될 것이다.

1. 평화로웠던 아침.
오늘 하루 계획은 다운타운 가서 credit 카드 픽업하고/ yec에서 무료 프로서브 따고/ CIBC에서 바뀐 주소로 주소증명서류 뽑아서 그걸로 포토 ID 만들고/ 키지지 중고거래로 헬멧 사고/마찬가지로 중고거래로 자전거 사서 자전거 타고 집에 오는 거였음

2. 디자인 영감으로 인스타그램 올리려고 찍은 사진. 지금은 조난당한 썰 풀 생각만 가득
3. YEC에서 퇴짜맞음. 2층 가니까 큰 백인 남자가 막 일은 구했냐 등등 물어보다가 26불이 시험빈데 낼 수 있녜서 낼 수 있다고 함. 영어 못해서 일단 다 yes 했는데 그러면 안됐다. 낼 수 없다고 해야 했나봄... 이건 돈 못내는 애들만 해준다면서 계정만 만들어주고 거의 쫓겨남. 기분나빴음. 물론 내가 차상위계층 그런 건 아닌데... 한국에서 2분위라 이런 거에서 돈 많다고 거절된 적이 없어서 그런가 봄. 그래 필요한 사람들한테 가야 되는 거 맞는데 워홀 후기 보면 24세면 다 됐다고 했단 말임ㅠ... 그래 머 밥 좀 굶으면 됨... 진짜 돈도 많은게 어딜! 하는 느낌으로 쫓겨남ㅠㅠㅠ시발 계좌에 100불 좀 넘게 있는데요.

4. 나는 구글 맵을 진짜 잘 믿는 사람임. 폰 방향 돌리면 지도상에 레이더 같은 것도 돌아가는 거. 항상 그거 믿고 다님. 근데 오늘따라 걔가 이상함. 그래서 헤매다가 똑같은 곳도 다시 가고 하다보니 2만 보 일단 넘겨주고...

5. 아 글쓰고 있는데 머리아파.. 좀 쉬어야 하나봐 일단 쓰고 자자.

6. 이 메일. 이거 자전거 판매자랑 한 톡임. 오늘 조난 + 노숙할 뻔 한 원흉 1위가 내 성격이라면 얘가 2위임. 나랑 시간까지 정했으면 다른사람한테 팔면 안되는 거 아님? 근데 얘는 4시 반에 나 헬멧까지 구하고 열심히 가려고 하고 있는데
Sorry, the bike is gone. 팔아버림. 머... 갑자기 안팔고 싶어진 걸 수도 있고... 그냥 '니 자전거 이제 없엉' 이러니 꼭 다른 사람한테 판 거 아닌 다른 이유일 수도 있긴 함 근데 어이없었다. 그것도 거래 1시간 전에 보내다니
"아니 나 지금 가고 잇는데?!?!" 라고 의미 없는 답장을 보냈으나 답은 없었다.

7. 아침에 오늘 할 일들의 동선을 만들어서 출발한 상태였음. 왜냐면 캐나다 겁나 넓어서 한국에서 당근거래 할 때랑 다르더라고. 하루에 두 개 하려면 동선이 있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근데 점마때메 동선 깨짐

8. 나는 과제는 잘 미루는데 몸으로 하는 건 미루는 거 진짜 싫어함. 딱 알바 사장님들이 좋아할 스타일. 여튼 그래서 자전거 구매를 미루게 된 게 싫었고... 키지지에서 바로 다른 자전거 판매자들한테 톡 돌렸고 제일 빨리 답장 온 사람한테 오늘 사겠다고 함. 거기까지 거리? 확인하긴 했음. 근데 멀어도 얼마나 멀겠어~ 하는 작은 땅 출신의 안일한 생각. 원래 자전거 사려던 곳은 집가는 방향에 있었는데 새 거래장소는 반대방향이었다
.
9. 자전거 판매자 부부는 진짜 친절하고 재밌고 착했다. 막 기어 알려주고 쉽게 타는 법 알려주고 안타보고 사려고 하니까 타보고 사라고 하고 한 바퀴만 돌고 오니까 10바퀴 돌아봐도 된다고 하고... 글고 원래 50달러 자전거 사려고 했는데 나한테 너무 컸다. 그래서 다른 거 보여줬는데 그건 100불이라고 함. 근데 80으로 깎아주셨다.

자전거 타고 집에 가려니 배터리가 9였다. 지도 보고 돌아댕겨서 그럼. 아무 가게 가서 충전 좀 시켜달라 할 생각이었는데, 가게 들어가는데 벽에 이런 게 눈에 띔. 콘센트 였으면 좋겠다 하며 열어보니 콘센트였음!! 그래서 거기서 충전했다. 떙볕이어서 그런가 폰 진짜 뜨거워짐

자전거 락을 아직 안사서... 학교 사물함 자물쇠 같은 걸로 겨우겨우 잡아놓긴 했는데 눈에 안보여서 가져가고 싶게 생김. 그래서 폰 충전하면서 지키고 있었다.

충전 빨리 안돼서 가게에서(세븐일레븐이었다. 편의점이어서 폰 충전 해주는 편의를 기대했었음) 슬러시 사먹고 페퍼로니 육포?? 사먹고(이 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찬이었다)

자전거는 걸음으로 안쳐줌

아 글 쓰고 있는데 어지럽다. 사실 생각해보니 자전거 사기 전, 22000보 걸었을 때도.. 다리 위를 걷고 있었는데 땅이 흔들려서 와 뭐지? 하는 느낌 받긴 했음. 진심 출~렁 해서 사람들도 놀랠 줄 알았는데 나만 두리번거리고 있는 거 보니 내 문제더라. 너무 더웠어.
아 근데 여긴 건조해서 체감 온도는 낮은듯. 한국이었으면 푹 젖었을거야.

세븐일레븐 슬러시... 어케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만들고 계산대에서 기다리면 되더라. 맛! 굉장이 미국스러운 맛이 섞여 있었는데(내 취향이 아니라는 뜻) 4개 다 욕심껏 섞어서 만든거라 어떤 거에서 그 맛이 나는건지 모름.

이 때도 집에 가고 싶었는데... 8시쯤이었나? 4시간을 더... 더... 이전보다 더 힘든 길을 가게 된다.

구글 지도 자전거 로드는 높낮이도 알려준다.
그나저나 1시간 46분 걸린다매... 도보 지도는 항상 지도보다 짧게 걸려서 자전거도 그럴 줄 알았는데... 3시간 뒤인 11시 반에 반도 못갔다고 한다.

배터리 30정도 충전하고 (이 정도도 오래 한거임)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지도를 갈림길에서만 보며 가기로 했다. 10시 전에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음.

이 때 한 생각
: 구글 지도가 무슨 산으로 길을 안내해 주길래 미심쩍어하면서 갔다. 왜냐면 나는 이곳 지리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낮에도 이미 한 번 속아서 고생했기 때문에 진짜 가야하나 하면서도 거기로 안가면 어디로 가? 일단 갔다. 근데 이번엔 좋은 곳으로 갔다(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약간 감동받은 시점이었다. 내리막길이라 몸도 편했어서 행복한 생각함)

아 왜 구글지도가 알려준 시간보다 오래 걸렸는지 기억났어. 얘 공사중인 길 모르고 그대로 가라고 알려줌.
위에 서술했듯이 난 이 동네 길 하나도 모른다. 그래서 공사중이네~ 돌아가야지~ 할 수 없었음. 그냥 길이 없어진거임.
구글은 대체할 길이 없다고 했음. 공사 안내판에도 어디로 돌아가면 된다 라고 적혀있을 법도 했는데 아무리 봐도 없었음.

그래서 난 어떻게 했냐면
공사판 뒤로 뚫고 감. 이땐 9시 쯤이었고 사람들 퇴근해서 날 말릴 사람이 없으니까 해도 뭐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공사중이든 뭐든 일단 구글맵대로 따라감. 왜냐면..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 힘이 없었고... 갈림길이어서 다른 쪽으로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혀 있으니까...

공사판 지나가다 어케 됬냐면...
가다보니 또 공사중 표시 하나 더 있었는데, 그 뒤로는 진짜 못갈 길이었다. 철조망 쳐져 있었음. 근데 구글맵은 거기밖에 길이 없다고 함.

휴 일단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구글맵이랑 비슷한 길이니까... 옆으로 가서 찻길을 따라가기로 함.
자전거 도로가 없고 당연히 도보도 없고 차 쌩쌩 다니고 횡단보도도 없고 외로웠음ㅠ

이거 계속 가야하나... 계속 이런 길일 거 같은데... 구글맵 길이랑 연결될 거 같지도 않고 하면서 일단 계속 감. 왜냐면 계속 말했듯이 나는 아는 길이 없음. 우버를 부르라고? 이 땐 11시 전에 집에 못간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고 자전거는 우버 당연히 안될 줄 알았고 알아보려면 폰으로 검색해야 하는데 폰 배터리는 너무 소중했고 20퍼도 안됐음.

그러면서 가다가 밑에 사진같은 길이 나옴

저 왼쪽 초록 동산 위로 자전거 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본 것이다! 저긴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있구나
하고... 초록 동산을 올라감. 거긴 길이 아님. 근데 이때부터 정신이 나가기 시작해서, 갈 수 있으면 길임. 여기가 게임도 아니고? 길 없다고 못가는 게 어딨음.

풀 밟을 때마다 벌레 진짜 많이 나왔음. 밟는 곳마다 7마리 정도가 톡톡 튀어나옴. 하지만 지금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뿐.
꼴에 피 빠는 애들도 있었는지 여기 지나고 발목 따갑다 싶어서 팍 쳤더니 발목에 피묻어있음
결과적으로 저길 올라간 건 신의 한 수였다.
ㅠㅠ차로가 아닌 길을 보니 일단 너무 기뻤고... 저기로 가서야 구글맵이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진만 보면 어디 좋은데 요양온 줄 알겠네

캐나다 대중교통에 자전거 실어도 되나? 근데 구글맵 검색했을 때 너무 멀어서 그런가 대중교통 길이 안나왔음. 자동차, 도보(산악복장 입은ㅋㅋㅋ그림 나옴), 자전거만 떴었음.

사람이 사회적 동물은 맞는게, 산속 풀 밖에 없는 곳에 나 혼자 있으니 다른 느낌의 외로움, 무서움이 느껴짐. 지금 가는 이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사람이 닦는 것이라는 것마저 큰 위로였다.

가랑이... 자전거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아팠는데 자전거 몇 시간을 탔냐...? 4시간 넘게 탔군. 지금 겁나 아프다. 한참 탈 땐 몰랐다. 아프다고? 어쩌라고 집에 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마인드

헬멧 사서 다행이었다. 그... 하루살이들 몰려다니는 거 있잖아? 걔네가 불 근처에도 많은데 풀 옆에도 많거든? 도시 길에서 만나는 애들은 그래도 사람이 계속 다니면서 걔네를 풀어헤진단 말이야 근데 여기는 사람이 거의 안다니니까 진짜 크고 진짜 빽빽하고 그럼. 나도 걔네 뚫고 지나가기 진짜 싫어하는데 그 때는 머릿속에 집에 가는게 중요하지 내 비위가 중요해? 라는 느낌이라 걍 갔다. 그래도 싫긴 하니까 헬멧을 정면으로 하고 고개 숙이고 갔다. 헬멧 없었으면 머리 사이사이에 끼었겠지

그리고 자전거가 있으면 그 하루살이 무리를 빠르게 뚫고 나올 수 있음. 근데 오르막길에 걔네가 있으면 되게 남감함. 일단 난 다리에 힘이 내 폰 배터리 상태와 비슷한 정도 남은 상태여서 오르막길을 자전거론 절대 못오르고 오르막 나올 때마다 끌고 올라갔다. 천천히.... 가면 벌레 무리 사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고개 숙이고 가다가 이제 끝인가? 하고 고개 아주 살짝 들어 보면 아직도 그 한가운데 있음. 하... 그걸 세 번을 하다보면 드디어 끝이 가까워져서 두 세마리 밖에 없는거임.

아 그리고 자전거에서 내리니까 다리가 진짜 휘청 해서..걍 가다보면 집이겠지~ 그렇겠지~ 한없이 안일했다가 약간 심각해짐

아 이 길 초반에 화장실 있었다. 산속에 화장실 왜 만드냐 싶겠지만 의견 내신 분한테 너무나 감사했다. 보자마자 세면대에서 물 떠먹고 볼일도... 보려고 했는데 변기 위에 짱 큰 벌레 앉아있었다. 이 날 소변 진심 한 번도 안봤는데, 별로 안급했다. 물도 별로 안마셔서 그런가. 여튼 그 벌레를 쫓을 정도로 급하진 않아서 소변은 패스함.

근데 문제가... 이 때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란 말임. 하루살이 벌레들은 불빛에 모여듬. 내가 화장실 불을 켜고 들어갔어서, 원래 화장실 근처에 많긴 해도 그렇게 많진 않았는데 나올 떄 정면공격받았다. 왜냐면 창문이 화장실 문 바로 옆에 있어서 내가 안에서 화장실 쓰는 사이 문 앞으로 모여든 거였음.

진짜 사진만 보면 좋은 데 온 것 같다. 근데 진짜 조난 같았어. 길이 끝도 없고... 난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렸음.
폰 배터리가 10퍼나 있다니, 데이터가 남아있다니, 내 통장에 돈이 있긴 있다니

자전거 타다가 지도 모려고 멈췄다? 그러면 모기들이랑 싸워야 함. 멈추자마자 달려듦.
이거 말고도 멈추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는데, 이 길 초입에 늑대 경고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직접 보진 않았다.

다시 한 번 쓰는데 길을 잃은 건 아님. 길을 알긴 아는데(한 방향밖에 없어서 헷갈릴 것도 없음) 너무 먼 길이었던 거다.

어두워지니까 본격적으로 무서웠다. 근데 구글은 자꾸 산으로 가래.. 그게 가깝대 애초에 내려가는 길도 모르긴 함
자전거가 산악 자전거긴 한데 그건 그냥 바퀴가 돌 밟아도 안터질 만큼 튼튼한 걸 기대해서지 등산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사슴 4마리 정도 봤음. 진짜 크고 겅중겅중 걸어다니고 사람 별로 안무서워함. 음... 낮에 봤다면 와~ 였겠는데 밤에 철조망 같은 것도 없이 눈앞에서 뛰어다니니 개무서움. 동물원 밖에서 안만나고 싶음. 앞에 늑대 경고문 대문짝만하게 있었다고 썻는데 얘네가 멀리서 풀뜯으면서 걷고 있으면 목이 안보여서 늑대 같아서 무서움. 그리고 진짜 컸다.

암컷이랑 뿔 있는 수컷 같이 봤는데 수컷이 진짜 무서움. 역시 야생은 다른가 봄. 둘 다 내 자전거가 가까이 가면 경계하듯이 가만히 서서 보고 있는데 암사슴은 여차하면 튈려고 보는 느낌이고 수컷은 여차하면 뿔로 박으려고 하는 거 같음. 책에서 사슴 뿔 보면서 저게 위협적인가 했는데 엄청 위협적임. 멀리서 보고 올빼미가 날개 펼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밑에 나무 같았던 게 사슴 몸이었음. ㅅㅂ꽤 멀리서부터 날 정면(눈 옆에 달렸으니까 옆정면)으로 보고 있었어서 나무인줄. 암컷은 내가 가까이 가도 풀뜯는데 얘네는 내가 아주 멀리서 있어도 경계 시작함. 아우라가 잊혀지지 않는다. 초식동물도 이렇게 무서운데 육식은 얼마나 무서울까

산 속에 있다가 차도 보면 너무 반가움ㅠㅠㅠ아까 차도 걸어다닐 땐 차도가 너무 싫었는데 이제 반가웠다.
그리고 날 어두워지니까 차가 있으면 빛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또 행복회로 돌렸던 것 중 하나는 내가 가는 방향이 서쪽이었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보는 방향은 항상 내 뒤쪽보다 밝았다. 빛을 향해 간거임. 어두운 쪽으로 갔으면 더 무서웠을거야. 그리고 캐나다 해가 늦게 지는 것도 글케 맘에 들진 않았는데 너무 감사했다.

근데 구글이 가르쳐주는 길은 항상 산이었고... 11시 반 돼서 진짜 어두워지니까 저기로는 진짜 가기 싫더라
그래서 이 때부터 구글맵 안따르고 그냥 빛 보이는 도시 쪽으로 열심히 왔다.
산과 가까운 건물은 거의 공장, 그 중에서도 자동차 만드는 건지... 그런 공업 회사들 건물이었고, 저기 가서 폰 충전 해달라고 하면 해줄까 하는 생각과... 슬슬 노숙을 생각하기 시작. 여기서 자면 나를 주워가는게 동물이 아닌 사람이겠지.. 납치를 해도 사람이 하겠지 하는 생각.

눈물은 안남. 목마른데 눈물은 무슨 물이야 이런 거기도 하고 난 옆에서 누가 울면 같이 우는 건 잘하는데 혼자 있을 땐 잘 안우는 거 같음. 그래서 오히려 오늘 혼자였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좀 했다. 안그래도 목마르고 입타는데 말까지 했으면 더 메말랐을거고 마안약에 옆에서 찡얼대면 귀찮았을듯. 아니 둘이나 셋이었으면 애초에 이 길로 안왔을라나 어디서 자고 갔겠지. 그렇겠지.

노숙을 했다면 여기서 했을 것. 햄버거 가겐데 드라이브 스루는 늦게까지 한다고 함.
물 달라고 하려고 order here 적힌 기계 붙잡고 터치도 해보고 헬로헬로??ㅠㅠ헬로?? 캔유 히얼 미?? 붙잡고 말도 걸어봤는데 대답이 없었다. 근데 아주 나중에 차 지나가니까 반응하더라. 그래서... 차 두 대 줄 섰을 때 나도 거기 줄섰다. 근데 내 차례 오니까 대답해주던 사람 사라짐...ㅠㅠㅠ

그래서 드라이브 스루 메뉴 픽업하는 곳에서 차 뒤에 줄 서있었다. 직원이 드디어 나 봄. 진짜 수상하게 봄. 그래서... 앞에 차 가고나서 여기서 주문해도 되나요? 해서 물 샀다. 너무 시원했다.

사실 모기만 없었어도 여기서 해 뜰 때까지 있었을 것이다. 해가 뜨면... 난 다시 달렸겠지.
우버! 왠만하면 안타려고 했다. 왜냐면 나 진짜 돈 없음. 예상치 못한 26달러(프로서브) 지출도 생길 예정이시니...
그래서 버티려고 했는데 진짜 모기가 너무 많았다.. 너무! 살 드러난 곳에는 다 물린듯.
결국 우버 켬. 맞다 이 햄버거 가게 벽에도 콘센트가 있었다. 아무거나 열리게 생긴 거 다 열어보다 보니 콘센트도 있더라. 너무 감사했다. 종교가 있었다면 신 붙잡고 울었을 것이다.
근데 콘센트가 직원들 출입하는 거 같이 생긴 문 바로 옆에 있어서, 거기 있다가 직원 마주치면 머라할지 애매했지만 내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로. 집에 가는 것만 생각했음.

우버! 자전거가 있어서... 잡아놓고 기사 정해지면 바로 전화 걸었다. 자전거 있는데 괜찮냐고. 일반 다른 차량은 다 거절할 줄 알고 있었고, 근데 6인승 대형 차량도 날 거절함.. 그래서 노숙 확정인가 했음.

10분 정도 멍때리면서 모기 쫓다가 그냥... 6인승 한 번 더 불러놓고 자전거 얘기 했는데, Sure 이라는 거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세상에! Nouman, 최고!! 타자마자 고맙다고 10번 쯤 한 듯. 돈 없지만 팁도 25% 줘봄. 더 주고 싶었는데 원래 대형 우버 값도 내고 보니 진짜로 밥값이 없어서...

6인승 우버 사실 거절당했던 이유 생각해보면.. 언어 때문일 수도 있음.
우버 드라이버 중에 인도쪽 사람들이 진짜 많은데(인도계라고 하면 한국인한테 중국인이라고 하는 것만큼 싫어하심.. 여튼 갈색 피부에 눈크고 코 큰 사람들 ), 나는 안그래도 영어 잘 못알아듣는데 이분들 영어는 두 배로 어려움. 게다가 전화로 하니 더 뭐라는지 모르겠었다. 그래서 6인승 우버 드라이버랑 힘겹게 대화하다가, 첨엔 생각해보는 듯 하더니 곧 못갈 거 같다고 함ㅠ 계속 공부하자... 그리고 자전거 된다 했던 드라이버는 이분도 그쪽 사람은 맞았는데 캐나다에서 10년 살았다고 하시고 영어도 내가 배워온 미국식 영어에 가까워서 전화로도 비교적 수월하게 대화했다.

집은 소중하다. 알겠지? 집은 소중해. 너무 힘들 때 잠깐 앉는 것도 너무 행복한데 월 600~달러로 푹신하기까지 한 곳을 마음대로 들어갈 권리를 준다고? 다시 생각해보니 집이 주는 행복에 비해 너무 싼듯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걸음 + 버스 + 걸은 거의 두 배만큼 자전거 탔는데 걸음만 삼만 사천ㅋ

맞다 11시쯤 돼서 엄마한테서 페이스톡 올까봐 조마조마했다. 시차가 반대라 그 때가 적당한 낮이어서...
예전에 에어비앤비 살 때 옆방 애가 어두울 때 절대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던 걸 엄마한테 말했던 상태라... 전화 받고 밖이면 진짜 걱정하실 것 같았음. 오늘 이러고 돌아다닌 거 평생 비밀임.


폰 배터리 아끼면서도 가끔 찍은 사진으로 기억 되살려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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