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 과제로 냈던 글이다.
심심할 때 볼거야
얌무 라는 닉네임의 음식 방송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그 정도가 어떠한가 하면 먹방에 큰 관심 없는 나의 유튜브 계정에도 추천 동영상으로 올라올 정도이다. 이 유튜브 기능의 정확한 알고리즘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잘 보지 않는 영상이 추천될 정도라면 사람들 사이의 뜨거운 인기가 그 빈자리를 채운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구독자 수는 46만명으로 2016년에 방송을 시작한 채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숫자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직종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유튜브 시장에서 이런 인기를 얻은 얌무, 그는 어떤 방송을 하며 유튜브에서는 어떤 위치인가.
그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앞에서는 먹방만 언급하였지만 얌무는 종합 음식 크리에이터다. 국, 찌개 등 다양한 영상들을 올리고 자취생들을 위한 간단 요리법을 소개하기도 하나 얌무 채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상은 역시 먹방이다. 사실 얌무의 영상들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영상은 치즈 오믈렛 만들기하는 먹방이 아닌 요리법 소개 영상인데, 재료가 간단하여 도전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양식조리기능사 단골주제인 만큼 어려워 시청을 반복하는 사람들 덕분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요즘 유튜브 시장에서 먹방은 살아남기 힘든 장르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먹방은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먹고 싶거나 이슈가 되는 먹거리를 구해서 찍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이미 먹방 영상들이 유튜브에 수없이 존재하고, 게임 등 다른 분야의 영상을 찍는 크리에이터들도 먹방은 한두 개씩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먹방이라는 영상 장르는 인기를 얻은지 꽤 되었다 보니 그 사이 장인들도 많이 등장했다. 먹방의 장인이란 무엇일까? 푸드파이터마냥 많이, 그리고 맛깔나게 먹는 것이다. 화면을 가득 채웠던 음식이 바닥날 때까지 모조리 먹어치울 수 있는 유튜버들이 넘쳐난다. 세상의 모든 직종이 그러하듯, 등장하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전문화되어 뛰어들기 망설이게된다. 또한 어디서나 그렇듯이 도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일본의 한 여성이 20만분의 음식을 넘게 먹고 위가 커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점차 생명을 건 유희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지금까지 많이 먹고 빨리 먹는 것이 먹방의 기본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등장하는 크리에이터 얌무는 먹방의 방향을 비튼 성공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돌을 씹어먹고 흙을 퍼먹는 방송을 시도한다. 대신 이 사물들은 얌무가 직접 만든,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댓글에서 사람들은 얌무가 진짜 돌을 먹고는 초콜릿이라고 뻥치는게 아니냐고 하지만 얌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면 그것들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얌무가 먹는 것이 그냥 음식이 아닌 덕분에 얻는 이점들이 여러가지다. 먼저, 먹으면서 치는 장난들이 상당히 재미있다. 먹는 양과 속도로 승부하는 유튜버였다면 이런 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일 것이다. 일반적인 먹방을 보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시원하게 먹는 모습이나 소리이기 때문이다. 얌무는 이와 반대다 .그가 먹는 것이 돌멩이이기 때문에 탁탁 치거나 조약돌을 비비듯 갖고 노는 것이 흥미롭게 비친다. 지렁이이기 때문에 그 음식을 흙에서 쏙 빼내어 흔들흔들거리는 것을 신기하게 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일반 사물처럼 갖고 놀던 그것을 결국 먹는다는 것.
사실 얼핏 듣기만 해서는 유치할 수도 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실제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이 절대 그렇게 느낄 수 없게 만들고 다른 유튜버들과의 차별성을 만들어주는 것은 요리들의 퀼리티이다. 시리즈 중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영상의 주인공인 초콜릿 돌을 예로 들어보자. 식용 재료들로 돌을 만들어봤자 얼마나 잘 만들었을까. 석기시대 초콜릿처럼 겉만 돌멩이 느낌이겠지라고 상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다. 화강암, 현무암을 구분해서 그 질감까지 완벽하게 구현한다. 게다가 먹방에 필수인 사운드까지 실제 돌을 씹는 것처럼 와작와작 실감나게 담아낸다. 컴퓨터 그래픽 없는 완벽한 판타지다. '먹는다'는 일상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다는 비일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가끔 마술사들이 마술의 힌트를 알려주듯 사물 혹은 음식의 재료를 넌지시 말해주는데 구독자들은 그 재료들을 머릿속으로 조합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일반 먹방의 댓글들을 보면 어느 정도의 시기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음식을 사와서, 먹는 모습을 찍고, 올리기만 하는 것으로 돈을 번다고 보니까. 그런데 요리의 재능을 발휘하는 얌무의 영상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 음식들을 제조해내는 능력과 노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미워할 수 있지만 정직하게 노력한 사람에게는 그런 마음을 품기 어려운 것처럼. 얌무가 먹방의 방향을 일반적인 음식이 아닌 특별한 소재로 돌린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먹방이라는 장르 하나에서도 사람들은 더욱더 다양한 개성을 뽐내려 노력하기 때문에 유튜브 내에서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초반의 크리에이터 직종은 저자본으로 가볍게 뛰어드는 미니 풀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거대 수영장이 되었다.
이런 거대한 시장에서 개인의 능력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시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인성이다. 기업 혹은 인간 도덕성의 녹이 드러나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대중의 멸시를 받는다. 특히 한 명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내고 활동하는 일이 많은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인성은 연예인만큼이나 주목받는다. 이러한 점에서 얌무의 성공은 더욱더 인정받을만 하다. 앞서 말한 소재의 참신함과 개성을 뛰어넘어 얌무라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매력있기 때문이다. 얌무의 영상을 시청하며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의 진솔함이다. 일단, 맛이 없으면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힘들고 구역질나도 억지로 먹는 유튜버들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사람들이 시청한 먹방이 쌓여가며 그들의 거짓된 '맛있어요'를 알아차린 이후 그들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가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먹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얌무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모든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꾸역꾸역 먹는 먹방만 보다가 취향에 따라 대충 먹기도 하고 즐겁게 먹기도 하는 인간을 만났다. 먹는 양과 속도만 천편일률적으로 늘어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먹방계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진솔한 면까지 보이는 얌무는 당연 인상깊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기계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력으로는 높은 조회수, 구독자 수를 돌파할 수 없다는 유튜브의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시대가 지날수록 인기 유튜버가 되는 길은 복잡하고 험난해 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넓은 다양성을 포용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인기 유튜버를 전문직의 일종으로 인정하는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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